[사노라면- 늦깎이 새댁 연춘 씨의 가족으로 사는 법]
전북 정읍, 이곳은 소나무 향기로 가득한 곳입니다. 이곳 작은 마을에 연상연하 커플인 임희원(59) 씨와 임연춘(62), 시어머니 김정례(88) 씨아 아들 임세환(30) 씨, 며느리 김미진 (28), 손녀 임규리 양과 손자 임선우 군까지 모두 4대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임희원 시는 정읍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정읍에서 소나무와 여름 두릅, 아로니아, 천연 항암 성분을 지녔다고 하는 포포나무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희원 씨. 18년 전 전처와 헤어진 뒤 술에만 의존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5년 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누나 연춘 시와 30년 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희원 씨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고 열렬히 구애한 끝에 5년 전 새롭게 가정을 꾸렸습니다.
연춘 씨는 31는 전,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류머티즘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게 되면서 긴 세월을 홀로 힘들고 외롭게 버텨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던 그녀는 5년 전, 정년퇴임을 하고 요양을 위해서 고향으로 내려왔고 희원 씨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건강을 회복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생 아이가 없었던 영춘 씨에게 아들 내외와 두 손주가 생겨 선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잘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는 연춘 씨에게 순주 육아는 어렵기만 합니다. 그리고 연춘 씨의 손이 손주들에게 닿으려고 하면 어느새 아들 세환 씨가 나타나 아이들을 데기고 갑니다.
사실 세환 씨는 밭일을 하면서 살림까지 하고 있는 새어머니가 힘들까 육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마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인데 이런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연춘 씨는 친손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까 염려해 아들이 곁을 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기만 합니다.
연춘 씨는 손주들에게 주지 못한 애정을 모두 “묘목”에 주고 있습니다. 씨앗에서부터 기른 묘목들은 연춘 씨에게 자식이나 다름없습니다. 매일 다양한 묘목을 보살피고 가꾸는 것으로 연춘 씨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느 날, 나무와 작물의 홍보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세환 시가 새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여름 두릅 묘목을 말도 없이 판매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어서 연춘 씨는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아들에게 터트리고 맙니다. 지금까지 새어머니가 어떤 말을 해더라도 듣기만 했던 세환 씨는 바쁠 때 찾아와 섭섭함을 이야기하는 새어머니에게 꾹 눌러왔던 짜증이 올라와 두 사람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될 말을 서로에게 하고 맙니다. 과연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