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소리 모자와 고사리 며느리
# 잔소리 가족과 며느리
비무장 지대와 인접한 경기도 연천의 조용한 시골 마을.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정선(72), 김명순(62) 씨의 부부의 집에 5년 전 장남 내외가 들어왔다. 5년 전, 허리 수술을 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겠다고 돌아와 준 이용환(40) 씨와 며느리 김현애(40) 씨.
낯선 농촌 생활에 시집살이까지 하게 됐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아내는 군말 없이 고향으로 함께 돌아왔다. 부모님을 위해 귀농을 했지만, 막상 돌아오니 용환 씨에게 농사는 천직에 맞는 것처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되었다. 원래가 엉뚱하고 오지랖도 넓은 용환 씨가 다양한 방식으로 농사를 시도해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이때 어김없이 날아드는 아버지의 잔소리…. 남들 짓는 벼농사나 인삼 농사만 지으면 좋으련만 산에서만 꺾던 고사리를 밭에서 키운다고 하지 않나, 지역에서 키우지 않는 작물들을 하나씩 들여와 심지를 않나, 아버지 보기엔 이런 아들이 걱정되면서도 못마땅하다. 남편이 이런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중간에서 며느리 현애 씨도 눈치가 보이기 일쑤다. 결국, 서로에게 잔소리하다가 지난 2월 마을 옆집으로 이사한 부모님…. 잔소리가 줄어들었으니 이제 가족의 평화가 오려나 싶은데….
# 잔소리 가족과 엉뚱 농부 남편, 그리고 우렁이 각시 며느리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잔소리가 줄 거라 믿었던 건 오산…. 부모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텃밭은 풀밭이 다 되어 버렸다. 사람 든 것은 표가 안 나지만 사람 나간 자리는 역시 표가 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번엔 시어머니까지 가세해 잔소리하게 된 것인데….
같이 살지 않으니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시어머니의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아들 내외 사는 모습을 보니 영 마뜩 치가 않다. 시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며느리도 이제 시부모님 밥 챙겨드리는 일은 줄어서 좋았다 싶었는데 대신 늘어난 시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중간에서 며느리 현애 씨도 난감해졌다. 게다가 시아버지의 잔소리가 줄어드니 더 일을 벌이는 남편 용환 씨….
아내는 이런 남편 때문에 더 힘이 든다. 그래도 이것도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 군말 없이 따라와 주는 아내 현애 씨…. 하지만 사실 내색은 못 해도 몸도 마음도 지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