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경상남도 함안. 너른 9천 평의 논밭을 일구는 86세 현역 농부 구성칠 할아버지가 있다. 할아버지를 정성으로 섬기고 1남 6녀를 모두 반듯하게 길러낸 할아버지의 ‘보석 같은 당신’ 박곡지 할머니(80)가 할아버지 곁을 지키는데. 성칠 할아버지와 곡지 할머니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가는데 부인이 따라야지~’ 논에 물꼬를 보러 가는 사소한 일도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곡지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꼬를 막고 할머니는 피를 뽑는다. 벼가 푸릇푸릇 생글생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사랑스럽다는 곡지 할머니와 그것이 농사를 짓는 재미라는 성칠 할아버지. 부부는 자타공인 천생배필이다. 이런 부부의 보살핌아래 장성한 아들, 딸들이 할아버지의 86세 생일을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지난 세월을 견디고 이겨내면서 가족의 울타리를 지켜낸 노부부의 특별한 사랑법을 <장수의 비밀>에서 공개한다.
# 대산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쌀장수 노부부가 있다! 성칠 할아버지의 마당 한 쪽에는 세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싸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할아버지 부부가 재배한 곡물들을 저장하는 창고인데. 쌀, 보리, 팥, 수수, 깨, 콩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자루에 옹기종기 담겨있다. 서너 가지를 제외하곤, 모두 부부가 9천 평의 논밭을 직접 일구어 재배하고, 뒷마당에서 도정을 하여 자루에 담아놓은 신선한 곡물들이다. 60년의 세월이 보증하는 노부부의 곡물을 사기 위해서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1일과 5일, 대산장이 서는 날이면 부부의 하루는 더욱 바빠진다. 서른 가지가 넘는 곡물들을 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인데. 자루 당 적게는 10kg, 많게는 40kg 가까이 나가는 곡물 자루들을 하나하나 부부가 힘을 합쳐 경운기에 옮겨 싣고 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부부가 장에 나가 장사를 한 지가 벌써 57년 째. 남이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지만, 장에서 먹는 점심은 이들 부부에게는 애틋하고 각별하다. ‘어떻게 그렇게 세월을 살아왔나…’ 장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회고하는 부부의 지난 시절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생일 잔칫날에 웬 울음바다?!
성칠 할아버지의 86세 생일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할아버지 댁에 모였다. 미역국, 순무 요리, 그리고 잔칫날에 빠질 수 없는 잡채까지~! 며느리와 딸들이 할아버지를 위해서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들과 사위는 할아버지의 들일을 돕기 위해서 두 손 걷어 부치고 나섰다. 도시에서 자라 시골 농사일엔 젬병인 손자 구창근 씨(31)는 장맛비를 맞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일이 서툰 창근 씨에게 장난스럽게 호통을 치는 할머니도 내심 그런 손자가 대견하고 고맙다.
하나, 둘 음식이 완성되고, 대가족이 거실에 모였다. 할아버지를 위한 축하 노래를 부르고 축하 말씀을 올린다. 할머니도 가족들의 성원에 부응하여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는데. 불현듯 할머니가 눈물을 보인다. 할머니를 따라서 딸들도 애써 참아온 눈물을 훔치는데… 마냥 즐거워야 할 잔칫집이 온통 눈물바다가 된 사연은 무엇일까?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 60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보여주는 특별한 사랑법을 <장수의 비밀>에서 확인해보자.
# 키다리 성칠 할아버지와 애교만점 곡지 할머니의 일상은?!
구성칠 할아버지(86)는 동년배의 어르신들 중에서도 유난히 다리가 긴 ‘키다리’ 할아버지다. 그런 할아버지의 오랜 짝인 ‘방실방실, 동글동글’ 애교 만점의 박곡지 할머니(80)! 길을 나설 때면 자연히 키다리 성칠 할아버지가 앞서가고 동글동글 곡지 할머니는 뒤를 따른다. ‘남편이 가는데 부인이 따라 가야지’ 논에 물꼬를 확인하러 가는 길도, 장에 가는 길도, 뒷산에서 칡을 캐러 가는 길도 언제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따른다.
이른 아침, 성칠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곡지 할머니를 위해 칡을 캐기 위해 길을 나선 것인데. 보통 1미터, 길게는 2미터 이상 뿌리를 내리는 칡을 캐기 위해서 힘쓰는 할아버지 곁에서 응원의 소리를 보태는 곡지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가 장골이네~’ ‘할아버지가 장사다~’ 할머니의 응원에 할아버진 오늘도 힘이 난다. 흘러가는 세월에 할아버지가 나이 드는 것이 안타까워 할아버지 얼굴에 진 주름을 연신 어루만지는 할머니와 세월 따라 늙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성칠 할아버지. 60년을 해로한 노부부가 보여주는 특별한 사랑법을 <장수의 비밀>에서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