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가출한 영자 씨]
자매를 세달 전, 시골길을 운전하다 차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뛰어들어와 놀랐다.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여자였다. 그녀는 자매에게 제발 아디로든 자신을
데려가 달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이유도 모른 채 자매는 성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맞았고 다섯 살 때 걸레를 옳게 안 빤다고 두드려 패고 한 겨울에 이불도 손으로
다 빨아야 했고 안되면 사정없이 두드려 맞았다는 것이다.
박영자(가명) 씨는 어린 시절부터 35년 넘게 폭행을 당하며 살았다. 그녀를 폭행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라고 주장을 한다. 실제로 그녀의 허리와 다리는 마흔
세 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휘어있었고 치아도 많이 빠져있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 글을 모르기 때문에 도망칠수가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엄마에게 학대를 받으며 살아온 것일 사실일까.
영자 씨는 다섯 살 무렵 그녀를 입양한 양부모가 학대해왔다고 말했다. 다른
형제들은 좋은 환경에서 대학까지 졸업을 했지만 자신은 초등학교도 가지 못하고
천 평이나 되는 밭을 혼자 일궈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양부모는 명망 있는 지역
유지였다.
제작진은 38년 동안 영자 씨가 살았던 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그곳에서 영자 씨와
그녀의 양부모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은 양부모와 그 가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수소문 끝에 만난 영자 씨의 양어머니는 뜻밖의 말을
했다.
양어머니는 마흔이 넘어 가출한 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자 씨를 막내
딸로 생각하고 배 아파 낳은 자식들과 똑같이 정을 주며 키웠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를
가지 않은 것은 영자 씨가 공부 하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기 때문이고 농사일을 좋아
하는 영자 씨에게 밭을 맡겨보긴 했지만 강요한 적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가출신고까지 하고 딸을 찾는 양어머니와 죽어도 집으로 가지 싫다는 영자 씨. 과연
둘 중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