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물든 가을 산, 사람 키보다 더 큰 수풀을 헤치며 걷다 보면 깊은 산골짜기
오지에 외딴 집 한 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을 병풍삼아 서 있는 집의 주인은
자연인 박찬길 씨입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이용해서 지어진 집의 한
쪽 벽에는 수천 년간 그 자라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허름해 보이는 집이지만 자연인에게는 아방궁입니다.
자연인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숯 굽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숯 굽는 기술을 익혀 공창을 차린 자연인은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해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
놓았던 돈을 화재로 모두 날렸습니다.
인생의 커다란 경험이 된 그 사건 이후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둔 가장이 되었습니다.
제대 후 지금의 LG에 취직했지만 가족을 부양하기에 너무나 적은 수입으로 한 창 먹성
좋은 두 아들과 아내를 고생시켜야 했습니다. 조금씩 모은 돈으로 아내가 시작한
야채가게가 잘 되어 생활이 조금씩 나아질 무렵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다가 가게 일을 도우러 내려왔던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입니다.
24살의 아들을 떠나보내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방황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지금 살고 있는 산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내며
자연의 묵묵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산에서 생활하면서 건강도 좋아져 오히려 젊을 때보다 체력이 좋아졌고 가슴 깊은
슬픔도 다독여주는 이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있습니다.
산을 다니며 귀한 송이를 캐서 요리를 해 먹고 잘 말려둔 황태를 진하게 끓여낸
황태국은 쌀쌀해진 날씨에 허전한 마음을 녹여줍니다. 남모를 아픔을 딛고 산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자연인 박찬길 씨를 만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