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남편과 작은 칼국수 집을 운영하던 김미경 씨. 남편 윤병철 씨는 집안의
셋째 사위로 쉬는 날도 없이 칼국수 집을 운영하면서도 휴일이 생기면 처잣집을 찾아
집안일을 돕고 장모인 복순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다정다감한 사위였다.
그래서 장모인 복순 할머니는 자식들보다 오히려 사위와 함께 사는게 좋다고 할 정도로
셋째 사위를 믿고 의지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간경화 진단을 받은 병쳘 씨, 건강을 위해서 공기 좋은 김천의
산골에 집을 짓고 복순 할머니와 함께 김천 산골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병철 씨의 건강은 점차 악화가 되었고 결국은 간암 판정까지 받게 되었다.
다행히도 수술을 받은 뒤에는 건강이 호전되어 갔고 퇴원날짜만 기다리며 있었는데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어제만 해도 건강했던 병철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셋째 사위는 그렇게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미경 씨는 복순 할머니가 살고 있는 김천 집으로 들어와 산골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한번도 시골 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미경 씨는 여자 혼자
산골 생활을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충격과 슬픔에 무기력한 삶은 살고 있는 미경 씨. 복순 할머니도
좋아하던 사위를 먼저 보낸 충격에 원래 가지고 있던 치매 증상이 더욱 안좋아 졌다.
복순 할머니는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사였다. 당시에는 드물게 교육 수준이 높았던
복순 할머니. 결혼 후에 교직을 그만두고 자식들을 반듯하게 키워내고 초등학교 교장까지
하며 가끔은 고지식하고 엄격했던 남편에게서 자식들의 그늘이 되어준 엄마였다.
그랬던 복순 할머니가 점점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하루에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좋아하는 커피믹스를 가방 안에 가득 담아놓는 등...
미경 씨를 당황하게 하는 일이 하루에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도 혹시나
무슨 사고를 칠까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복순 할머니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럴 때마다 미경 씨는 화가 날 때도 많지만 화를 내다가도 엄마의 귀여운 장난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만다.
어느 날, 한국무용을 하는 미경 씨의 딸 민정 씨(25)의 공연을 보러 대구를 찾은 모녀.
공연이 끝나고 기념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는 찰나,
복순 할머니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미경 씨는 일적으로 사람들친구들을 만날 때에 항상 복순 할머니를 모시고 다닌다.
집에만 있는 것 보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운동도 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런 노력 덕분인지 복순 할머니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치매를 앓고 계신지도 모를 정도로 고운 자태를 유지중이다.
요즘 미경 씨는 복순 할머니를 모시고 또 다른 일을 시작했다.
바로 복순 할머니의 기억이 머물러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것.비록 현재의 기억은 점점 잊고
있지만,복순 할머니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엄마와의 시간동안 복순 할머니는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동시에 미경 씨는 엄마와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어느 날, 예전 아버지가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간 복순 할머니와 미경 씨.
그런데 마침 학교를 헐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그 광경을 본 복순 할머니...
기어코 눈물을 보이고 마는데!하루에 몇 번씩 사고를 치는 복순 할머니 탓에
큰소리도 오가지만 그보다는 서로 때문에 웃는 날이 더 많은 모녀.
이 가을이 지나전..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고 싶은 모녀의 기억 여행을 따라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