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인간극장에서는 이제 21살 어린나이에 광용호라는 배에 오른 동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호는 광용호 선장인 류촌봉 씨의 배에 얼마전부터 들어간
신입 선원이다.
아직 어리숙한 막내 선원 동호는 30년을 넘게 바다에서 보낸 선장에게 매일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난다. 그런 호랑이 선장이 바로 동호의 아버지다.
동호는 아버지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자식이다. 두 딸을 낳은 후, 7년 만에 얻은
늦둥이 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동호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얼마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밝은 성격은 여전하지만 계산과 이해역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딘 후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들만 품에 안고 살 수 없던 시절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서 어린 동호를 남의
손에 맡기고 아내인 마영미 씨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아버지는 원래 강원도 속초가 고향이다. 경북 울진에서 맨손으로 삶을 일궈냈다.
3남매를 키우느라 누구보다 열심히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던 춘봉 씨는 안타깝게도
작년 9월에 위함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도 초기에 발견을 했지만 그 후 춘봉 씨는 아들 동호에게 세상 속으로 보낼
준비를 시작을 했다.
오늘도 아버지는 아들과 함게 선 바다에서 30년이 넘도록 아버지를 품고 살아준
바다라면 동호에게도 인생의 길을 열러줄 거라 믿고 있다.
바다는 동호에게 때론 험난할 때고 때론 인생의 기쁨을 안겨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바다에서 오늘도 아버지와 아들이 미래를 꿈꾸고 있다.
# 호랑이 선장과 초보 선원
대구잡이가 한창인 경상북도 울진 죽변항,
막내 선원을 꾸짖는 선장의 목소리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배가 있다는데-
바로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선장 류춘봉 (56) 씨가 이끄는 ‘광용호’다.
이제 배를 탄 지 3개월 된 동호(21)는
살아있는 대구가 무서워 그물에 잡힌 고기를 잘 빼지도 못하고,
베테랑 선장도 항시 긴장하고 있는 위험한 바다에서 졸기 일쑤인 초보다.
호랑이 선장 춘봉 씨, 동호를 다른 선원들보다 갑절로 혼을 낸다는데-
초등학교 입학 보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동호는 이해력과 셈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얻었다. 어린 아들 동호를 남의 손에 맡기고 춘봉 씨는 아내 마영미(51) 씨와 뱃일을 다녔다. 남의 배 5년 만에 자신의 배 ‘광용호’를 진수하고, 벌써 세 번째 ‘광용호’- 고향 속초를 떠나 울진에서 가정을 이루고, 바다에서 삶을 이끌며 쉼없이 달려왔다. 그런데 작년 9월, 춘봉 씨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초기에 발견해 다행이었지만 병상에 있던 3개월 동안 막내 아들 동호가 눈에 밟혔다. 그 후 세상 속으로 아들을 보내기 위해 춘봉 씨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바다로 아들을 데려갔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동호를 짠하게 바라보는 사람, 광용호 안주인 영미 씨다. 조금만 더 평범했다면 21살의 아들은 대학을 다녔거나 직장에 다니지 않았을까.. 젊었을 때는 남편과 배도 탔고 선장 면허증까지 땄던 뱃사람의 아내- 바닷일이 고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바다에서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남편과 함께이기에 아들에 대한 걱정을 던다. # 스물한 살 동호, 세상 속으로 새벽 2시 출항을 하면 동호가 제일 먼저 하는 건 뜨거운 물을 끓여 커피를 만드는 일이다. 육지로 돌아와서도 동호의 커피 사랑은 계속되는데- 바다에서 흘린 땀을 깨끗이 씻고 향하는 곳은 카페다!
아버지에게 뱃일도 잘 배우고 싶고 바리스타도 되고 싶은 꿈 많은 동호.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 재활훈련 카페에서 1년 넘게 바리스타 실습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정식 직원이 되거나 다른 곳에 취직도 가능하다. 아버지에겐 어리기만 한 아들이지만, 동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동호가 매진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운전면허시험 필기공부다. 1년 전 둘째 누나 나희(28) 씨가 사준 문제집에는 문장마다 밑줄이 그어져 있고 방학을 맞아 집으로 온 누나와 함께 복습, 또 복습이다. 금방 본 것도 금세 잊어버리는 동호.. 그런 동호가 운전을 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동호와 함께 운전면허 학원 등록을 가는 춘봉 씨, 아들이 하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게끔 의지를 북돋워 주고 싶은 마음인데.. 5년이 걸리든 10년이 걸리든 아들을 정상인으로 만들고 싶은 아버지의 특훈이 시작됐다. 부표 매듭 묶기 교육을 시작하는데... 초보 선원 동호는 혼쭐이 나면서도 배에서도, 집에서도 매듭을 손에 놓지 않고 연습 중이다. 그렇게 조금씩 스물한 살 동호는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 함 사세요! 동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선생님인 둘째 누나 나희 씨. 어릴 적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7살 터울 동생을 돌보는 게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사범대에 들어가면서 나희 씨는 1년을 휴학하고 동호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동생 생각하기로는 누구 못지않은 나희 씨가 올 10월에 결혼을 한다! 4대 독자 늦둥이 동호에게는 형이 한 명 생기는 셈-
배 위에서 여름을 다 보낸 동호를 위해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다정한 형이다. 며칠 후, 결혼을 앞둔 나희네 함이 들어오는 날!
동호네 마당에는 손님맞이 음식 준비로 분주하고, 아버지 춘봉 씨는 8년 된 하수오 주(酒)를 꺼내 함진아비를 위한 특별한 술을 제조한다. 동호에게도 막중한 임무가 내려졌다. 바로 함진아비 데려오기!
멋지게 셔츠에 넥타이도 맨 동호, 준비 완료다! 옥신각신 ‘밀당의 고수들’이 총동원된다.
# 동호, 인생의 바다에 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과 같은 바다-
아버지 춘봉 씨가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건 뱃일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삶의 근성이었다.
하지만 늘 강할 것만 같았던 아버지는 요즘 바다에 다녀오면 지쳐서 밥도 거르고 잠이 든다.
어린 아들 동호도 위암 수술 후 아버지의 건강이 전과 같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니기 시작한 장애인 자립지원센터인 ‘곰두리학교’에서
좋아하는 커피도 배우고, 비누 만들기도 하는 동호,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든 비누를 팔아 생긴 수익금도 작지만 받고 있다.
그 수익금을 받은 날, 동호는 시장에 들러 모자 두 개와 양말 한 묶음을 사고
집에 돌아와서는 창문까지 꽁꽁 잠근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써내려가는데...
그날 저녁,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선물 상자 하나를 내놓는 동호.
거기엔 동호가 처음으로 부모님께 쓴 편지가 들어있다.
“아빠가 아픈 줄도 모르고.. 너무 슬퍼서 울고 싶어서 편지를 씁니다.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빠 여행 가고 싶고 울릉도 독도에도 가고 싶어요.”
아버지의 삶이 담긴 바다, 그 바다에 선 아들 동호.
오늘도 부자는 인생의 바다에서 푸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