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테어나면 누구나 어른이 된다.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진리다.
하지만 당연한 진리가 누구에게는 커다란 바람이 되어버렸다.
키 1m 남짓에 몸무게 13kg, 이것이 올해 10살이 원기의 신체 나이다.
오늘 인간극장에 주인공인 원기는 소아 조로증이라는 병을 앎고 있는 아이다.
어느 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을 깨달고 다섯 살이 돼어서야 알게 된 병명이 바로
이름도 낯선 소아조로증이라는 병이다.
소아조로증은 성장이 멈추고 신체의 노화가 시작 되는 병이다. 이제 열 살인 원기의
신체 나이는 80이다. 원기의 몸속 시계는 남들보다 8배나 빠르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목사인 아빠도 원기의 아픔에 그때만큼은 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믿었던
신을 원망했다.
과연 사랑하는 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진단을 받은 뒤로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힘든 5년 동안 부부를 일으킨 것은 바로
원기였다. 세상 그 누구보다 밝은 아이 원기.
‘반찬이 변변치 않네’ 투정 하나에도 입담을 과시하는 덕분에어디서나 원기가 있는
곳에 웃음소리가 울린다. 늙는 것을 막을 수 없듯, 원기를 낫게 할 치료법은 아직 없다.
언젠가 독한 임상 약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던 원기가 말했다.“더 오래오래 사는 것도 아닌데,
그만 하자 엄마”그 순간, 부부는 결심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이 남들보다 짧다면남겨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만 살자고.
매 순간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아들,어떤 게 ‘진짜 행복’인지 찾아가는 가족-우리 집에는
어린 왕자가 산다.
엄마를 미소 짓게 하고, 아빠를 코웃음 치게 만드는 건 원기만의 매력이다.
그런데 원기는 머리카락이 없다.
오밀조밀 조막만한 얼굴에 동그란 두상이 조금 더 크고, 공깃돌 다섯 알을 다 잡기에
벅찬 손과 손가락관절이 약간 굽어 있다. 그리고 단단하고 마른 땅 같은 비부.
몸은 한속에 번쩍 들어 안을 수 잇을 정도로 가벼운 원기.
원기의 증상은 돌 무렵부터 나타났다.피부가 단단해지고 검푸른 빛을 띠더니
베냇머리가 빠지고는 머리카락이 다시 나지 않았다.
수많은 병원을 돌고 돌아 원기 나이 다섯 살 되던 해,‘소아 조로증’이라는 병명을 받아들었다.
이름조차 낯설었던 이 희귀질환은, 일찍 늙는 병이라 했다.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되면 수명도 짧아진다.
원기의 몸 속 시계가, 벌써 남들보다 8배는 더 바삐 흘러가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왜 조로증일까?”언젠가 잠자리에서 원기가 물었다.
심장이 쿵- 엄마는 겨우 아이를 토닥이며 재웠다.덤덤해졌다 생각할 때,순간순간 가슴이저며 온다.
‘소아 조로증’진단을 받은 이후 안 해 본 치료가 없었다.
원기 같은 아이들을 위한 재단이 미국에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고 달려갔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임상단계에 있는 약을 먹는 것 뿐이다.
약을 먹던 열흘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토하던 원기가 어느 날 말했다.
“더 오래오래 사는 것도 아닌데.. 그만하자, 엄마”그 순간, 부부는결심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들보다 짧다면 남겨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만 살자고.
부부에게는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이 있다. 둘째 아이 수혜(8)는 천성이 착한 딸이다.
오빠 때문 일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수혜에게
엄마아빠는 더 미안하고 마음이 쓰인다.
늘 아픈 오빠에게로 부모의 시선이 향하지만, 수혜는 묵묵히 기다렸다.
그런 수혜의 마음도 다치지 않도록,가족은 더 애틋하게 서로를 품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슬퍼지면 나도 슬퍼”
눈물 없이 원기의 아픔을 꺼낼 수 있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원기로 인해 아팠고, 하늘을 원망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부부를 일으킨 것도 원기였다.몸은 성장을 멈췄지만 마음이 자라고 있는 아들.
속 깊은 한 마디에 위로를 받고, 깔깔 웃음소리에 힘이 난다.
늙는 것을 막을 수 없듯, 원기를 낫게 할 치료법은 없다.희망이라면 하루라도 더 우리 곁에 있는 것,
조금이라도 더 오래오래 함께하는 것,이왕이면 의미 있고 보람된 하루를 살아주는 것.
원기로 인해 가족은 달라졌다.용기 있는 엄마가 됐고, 서로를 더 애틋하게 사랑하게 됐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깨닫게 하는 아들,
우리 집에는 어린 왕자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