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엄마와 88세 딸
남원에 있는 금강부락이라는 곳에는 아주 특별한 모녀가 살고 있다고한다.
93세의 양판순 할머니와 딸 88세 박순덕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19살과 14살이 되던 해 모녀의 인연은 시작이 되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만큼 할머니들도 할 이야기가 많다.
늘 유쾌한 할머니들 덕뿐에 이곳 마을 사람들은 마을 회관이 아닌 할머니의
집을 사랑방으로 사용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냥 보기에는 자매나 친구로 보이는할머니들.
하지만 두분은 모녀 사이다. 서울에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양판순 할머니는
벌써 이곳에서 7년 째 한집에 살고 있다.
처음 만났던 10대로 돌아가 재미있게 살고 있는 모녀.
길에서 주워 온 공기돌을 이용해서 공기놀이도 하고 처음 만났을 때 얘기까지 하면
심심할 틈이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5살이지만 이제는 모녀의 벽을 넘어 두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본다.
19살에 아이 네을 키우던 남편을 만나 집안일을 도맡아서 했던 양판순 할머니.
17살에 시집가 23살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이들을 티워야 했던 박순덕 할머니.
서로가 살아온 인생을 알고 있어 서로가 안타깝고 그래서 하루라도 더 간강한
모습으로 옆에 있어 주고 싶다 생각하는 두 사람,
안 살림 박순덕 할머니, 바깥살림 양판순 할머니
이미 졸수를 훌쩍 넘긴 양판순 할머니. 하지만 개밥주기, 텃밭 가꾸기 등 바깥일을 전담할 정도로
활동적이다. 혼자 버스를 타고 장에 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다.
반면 박순덕 할머니는 손수 요리해 장만한 반찬으로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를 하는 등의
집안일을 담당한다. 조금이라도 거들어 주려는 양판순 할머니에게 바깥일 하느라
고생했다고 만류하는 박순덕 할머니. 이렇게 사이좋게 집안일과 바깥일을 나누어 하는 모녀.
항상 고된 바깥일을 도맡아 해주는 어머니가 있어 든든하다는 순덕 할머니,
맛있게 밥상을 차려주는 딸이 있어 좋다는 판순 할머니. 각자 정해진 역할 속에서 항상 서로를
생각해 주고, 의지하는 모녀이다.
엄마만 기다리는 88세 딸
허리가 아픈 순덕 할머니를 대신해서 장에 다녀오려는 판순 할머니.
순덕 할머니는 장날이라 사람이 많을 것이니 내일 갈 것을 권유하지만 당장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한다며 기어이 장으로 나서는 판순 할머니다.
어머니를 혼자 시장에 보내는 것이 못내 마음이 안 놓이는 순덕 할머니는 반드시
12시 버스로 돌아와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는데. 그렇게 어머니를 장에 보낸 순덕 할머니
는 오매불망 판순 할머니가 돌아 올 시간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판순 할머니가 집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시지 않는다.
혹시 어머니가 어디선가 넘어져 다치신 것은 아닐까 애가 타는 순덕 할머니.
읍에 사는 친척들에게까지 전화를 돌리고 아픈 허리를 끌고 배웅까지 나가보는데.
도대체 판순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기구한 인생, 서로가 있어 힘이 되는 모녀
박순덕 할머니의 남편이 모셔져 있는 납골당을 찾은 모녀. 오랜만에 납골당을 찾아 온
순덕 할머니는 언제나 그랬듯이 남편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그런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판순 할머니는 순덕 할머니가 안쓰럽기만 하다.
17살에 시집을 가 23살에 혼자가 됐다는 순덕 할머니. 굴곡진 인생마저 꼭 닮은 모녀다.
따뜻한 위로의 말은 없어도 그저 서로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두 사람.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함께 살아가는 모녀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친구처럼, 때로는 자매처럼 지내는 양판순 할머니 (93) 와 박순덕 할머니 (88) 모녀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장수의 비밀>에서 보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