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방송

PD수첩 대학로 소극장 임대료 대학로극장 폐관 서촌 옥인길 젠트리피케이션

문화 증발, 사막이 된 도시


 젠트리피케이션, 사라지는 문화

우리가 사는 곳은 빠르게 변한다. 때로는 그 변화를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도시, 그 변화 속에서 밀려나는 것들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문화, 예술적으로 특별해진 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자본이 침투하면서 도시의 성격이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영영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치솟는 임대료에 문 닫는 소극장들


2015년 3월 11일. 150여 명의 연극인들이 상여를 들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했다. 대힉로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28년 역사의 ‘대학로 극장’이 폐관 위기에
처한 것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대학로 극장’은 서울시 600년 타임캡슐에
들어갈 정도로 흥행했던 연극 ‘불 좀 꺼주세요’를 초연한 곳으로 우리 연극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이었지만 결국 4월 폐관되었다.

대학로는 연극예술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학전 그린’, ‘대학로 극장’,
‘정보’, ‘까망’ 등의 소극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

“임대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까 색다른 예술적 실험을 할 수 없는 거죠.
벌어야 되니까 지금의 관객들 기호에 맞춰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거고
로맨틱 코미디나 웃기는 연극이나 뮤지컬, 그런 것 밖에 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굉장히 허술한 거죠.“
-연극인 정재진


이렇게 대학로 소극장들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몰리자 대학로 상권은 점점 상업화되었다.
비싸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소극장이 늘고 그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로 대변되는 새로운 상권이 생겼다.


2004년 연극 활성화를 위해 대학로는 문화지구로 지정됐지만
그 이후 상권이 더 커져 상업화는 더욱 가속되었고 다양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다보니 순수 연극인들의 입지도 좁아만 갔다.


 다양성을 잃은 홍대


인디 문화의 메카였던 홍대. 이곳은 사람들이 독특한 취향과 정체성으로 모여
만들어진 곳이었다. 어떤 계획에 따라 클럽이 생기고 인디밴드들이 공연을 했던 게
아니라 장르음악이나 실험예술,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면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공간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홍대는 지난 20여 년 동안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자유로웠던 공간 홍대 앞 마저 다른 도심과 똑같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자연스레 상업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임대로가 치솟았다.
그리고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만한 가게와 공연장만이 남았다.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던 곳 홍대에는 이제 소비만이 남았다.

“하루가 지나면 다른 가게가 생기고..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아마 계속 그렇게 되겠죠. 계속 규모는 커지고.
어쨌든 홍대 중심에는 어떤 문화적인 부분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홍대 인디 바 ‘핑크문’ 사장

 

 이웃이 사라지는 서촌

 


서촌은 수백년 간 이어온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다.
서촌 주민들과 서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정기적으로 조선 후기 도성지도와 비교해가며 서촌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인지 답사한다. 주민들에게는 애착가고 간직하고 싶은 길이지만 2~3년 새 부쩍
개발붐을 타고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 변화를 가급적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것이 이 모임의 바람이다.


최문용 씨는 8년 전 서촌으로 이사를 왔다. 그가 이곳으로 이사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아이들에게 고향을 선물 해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아이들이 다 성장한 뒤에도 그 지역의 정취를
지키고 있을 것 같은 곳은 서촌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요즘 그에게 고민이 생겼다. 급속도로 동네의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주민들이 이용하는 오래된 건어물 가게나 문방구가 사라지고 대신 외지인들을
위한 카페나 가게들이 들어왔다. 서촌의 이웃들은 떠나가고 주민들이 살기 힘든 동네,
외지사람들을 위한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문화가 사라지는 동네

“시장이 개입을 하니까 임대료가 막 올라가는 거야.
올라가는 걸 주민들은 즐겼지. 내 집값이 올라가니까.
그러다 보니까 정작 그 동네가 좋아서 사는 사람들은 밀려나게 되고
완전히 투기장이 되는 거죠.“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


제작진은 서촌에 새로 들어온 상권이 밀집된 거리 ‘옥인길’을 분석 해 보기로 했다.
옥인길 건물들의 용도 변경 현황을 건축물 대장을 통해 확인 해 봤더니
주거지의 상업 용도 변화의 추세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자하문로의 외지인 건물주 비율은 30%에 달했다.
변해버린 동네 서촌.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