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신진항 72시간
오늘 다큐 3일에서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서 잡히고 있는 소식을 전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오징어가 이제는 서해안 대표 항구인 태안
신진항에서도 잡히고 있다.
제철을 맞은 오징어와 꽃게 등 풍요로운 어시장의 신바람 나는 이야기를 함께 한다.
■ 다시 부르는 풍어가 (豊漁歌)
지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죽음의 바다가 되었던 신진항!!
신진항(안흥외항)은 충남 태안에 위치하고 있는 항구다. 지금 신진항을 찾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몇년전부터 오징어 어장이
서해에 형성이 되면서 제철을 맞은 오징어 잡이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해안서도 많은 오징어가 잡혀 오징어를 먹으러 동해로 가지 않아도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온다. 싱싱한 오징어를 먹기 위해서 전국에서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신진항 상인들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곳 선착장에 줄줄이 늘어선 오징어 어선들은 구룡포, 울산,부산, 울룽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오징어 떼를 따라 여러지역에서 신진항을 찾은
어선은 무려 150여척이다.
1년중에 가장 바쁜 오징어 철을 맞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신진항의 3일을 함께 하자.
■ 왔다! 오징어, “와따!” 오징어
신진항에서 해산물 가게를 하고 있는 장봉헌씨는 어디선가 바쁘게 뛰어와 오징어
10마리를 수조에 풀어놓았다. 옆집에서 빌려온 마지막 오징어다.
오징어를 먹기 위해서 신진항을 찾은 관광객들 덕분에 아침에 낙찰 받은 오징어
200마리가 모두 팔렸다. 오징어가 다 팔려 상인들이 이집 저집 오징어를 구하러
다니는 모습들이 매년 오징어 제철이 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닫는 시간까지 장봉헌씨 부부는 앉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항상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8년전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서 생계까지 위협을 받았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마운 선물이다.
사고로 조용했던 항구가 다시 관광객들로 채워진 것은 그로부터 2~3년 전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풍년이 였던 해였다. 붕헌씨 부부에게는 서해에 찾아온 오징어는
바다가 보내 준 귀한 선물이였다.
“ 재밌잖아. 놀며 있는 것 보다 이렇게 바쁘면 신나고 즐겁잖아.
(기름유출 당시엔 손님이) 아예 전멸. 그리고 물건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 인식 속에
기름기의 그 여파가 남아있어서 물건을 찾지를 않았어.
오징어 없었으면 고생 좀 했겠지.
우리 집 애들이 넷인데... 애들이 성장하는 시기라 걱정도 많이 하고
전업도 생각했었는데, 2년 후에 바로 좋은 세월이 와버렸어“
-장봉헌_50세/신진항 상인-
■ 만나고 헤어지는 항구의 인연
매년 오징어 철이 되면 신진항은 경상도, 강원도등 전국 각지의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징어 떼를 따라 서해를 찾아온 오징어 어선들 때문이다.
뱃사람이라는 말에 걸맞게 항구에 정박하여 배에서 생활하는 선원들.
신진항에서 지내는 두 달 동안 이들에게 어선은 숙소이자 식당이다.
구룡포에서 온 선원 황영운씨는 조업을 마치고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포장마차로 향한다. 김금향씨가 운영하는 이 포장마차는 타지에서
온 선원들에겐 사랑방으로 불린다. 선원들이 출항 할 때면 배에서 먹을
밑반찬과 김치를 챙겨주는 금향씨. 선원들은 금향씨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촬영 마지막 날, 황영운씨는 오징어를 따라 진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포장마차에 들른 영운씨. 영운씨는 싱싱한 오징어 한 상자를
선물하고, 금향씨는 미리 재어둔 갈비 한통을 건네다 결국 눈물을 보인다.
매년 이맘때 찾아오지만 헤어질 땐 항상 아쉬운 인연. 만나고 헤어짐이 있는 항구.
신진도의 주민들에게 바다를 따라 떠도는 어부들은 오징어 철이면 찾아오는 가족이다.
“물건이 갑자기 필요할 때 배에서 올라오기 힘들잖아요.
그런 걸 (주민들이) 도와주는 거예요.
그럼 배에서 일하는 분들은 그런 걸 꼭 잊지 않고
고기 한 마리라도 오징어를 따서 말려서라도 꼭 보답을 해주세요.
진짜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우태훈_ 4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