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떨릴 때 떠나라!
기차표 한 장으로 전국을 누비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특권, <내일로> 기차여행
가장 푸르고 빛나는 생의 한 시기 꿈과 도전, 때로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의 여정 우리는 그들을 ‘내일러’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20대, 그들과 통하는 길 <내일로(路)> 청춘열차 72시간이다. ■ ‘청춘, 심장이 떨릴 때 떠나라!’ <내일로> 기차여행 72시간
<내일로>란 만 25세 이하의 승객들이 KTX를 제외한 모든 열차를 자유석으로 5일 또는 7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열차 자유이용권이다. 5일권 56,500원, 7일권 62,700원 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국을 누빌 수 있는데다가, 학생들의 방학기간인 6~8월, 12~2월 운영되기에 20대들에게 톡톡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티켓 50% 할인에 만 28세까지 연령제한이 확대되어 더욱 많은 20대 청년들이 이용하고 있다. <내일로>는 2007년 시작된 이래 치열한 취업 경쟁과 화려한 스펙 쌓기에 지친 청 춘들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여행하는 청년들을 ‘내일러’라 지칭하는 신조어마저 생겼는데~ 이제 내일로는 단순한 여행 상품을 벗어나 대한민국 20대에게는 하나의 신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 불확실한, 당연히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그래서 앞만 보고 달려가지만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 2015년 유난히 뜨거운 여름, 배낭 하나 짊어지고 청춘들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들의 꿈, 고민, 불안, 기쁨,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일로> 여정 72시간을 함께 했다.
■ 대한민국 청춘의 ‘통과의례’ <내일로>! 한 여름의 기차에서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홀로 기차에 올라탄 ‘나홀로 여행족’에서 친구 간, 혹은 연인 간 우애를 돈독히 하기 위해 똑같이 옷을 맞춰 입고 떠나는 ‘커플 여행족’까지 다양한 ‘내일러’들을 만날 수 있다. <내일로>는 대부분의 20대에게는 자신의 생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첫 기차여행이다. 따라서 단순히 금요일에 여수를 간다는 수준이 아니라 몇 시에 도착해서 어디서 밥을 먹고, 어디서 커피를 먹을 것이며, 몇 시에 야간 공연을 볼 것인지를 분 단위로 꼼꼼하게 체크해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금주의 날씨’ 정보나 현지 대중교통 노선은 기본으로 확인한다. <내일로> 티켓은 저렴한 만큼 자유석 혹은 입석으로만 열차 이용이 가능하다. 좌석 주인이 오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비켜주며 열차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메뚜기족’, 비교적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열차의 끝 칸을 애용하는 ‘끝 칸 선점족’, 목적지까지 출입문의 계단에 앉아가는 ‘열차 문지기족’ 등 앉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열차 안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열차 안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3호차와 4호차 사이에 위치한 카페 칸이다! 카페 칸의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어 바닥에 앉을 수 있고, 스낵바 자리를 선점하면 목적지까지 앉아서 갈 수 있기에 내일러들 사이에서는 ‘명당’ 으로 불린다. 자연스럽게 전국 팔도를 오가는 개성만점의 내일러들이 모여들게 되는데, 카페 칸은 처음 보는 내일러와도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청춘들의 사랑방으로 변모한다. “그냥 내일로라는 이름부터 뭔가 기분이 좋아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준비하면서도 기대했던 것도 있고 …
김밥을 사먹어도 신나고 바닥에 앉아도 신나고“ - 이경서, 21세, 대학교 2학년 ■ 철길을 따라가며 청춘들의 ‘오늘’을 보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뿐 아니라 희망과 꿈마저 포기하는 '7포 세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술자리 농담이 아니다. <내일로>가 마련한 청춘열차 역시 20대의 발랄함만 싣고 달리는 게 아니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인한 상심을 달래고자 여행길에 나선 청년부터, 계약 기간이 만료돼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나와야 했던 현실의 ‘미생’까지… 우리 청춘들이 짊어진 고민과 그늘까지 싣고 달린다.
그런가 하면 8전 9기 끝에 취업에 성공해 첫 월급으로 여행을 떠나왔다는 구미의 어느 청년과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하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는 4인조 남성 밴드도 있다! 해마다 이 시기, ‘내일을 향해 떠나는’ 그 기차에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꿈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고뇌가 함께 달린다.
“요즘 사실 무한경쟁 시대에 다들 앞만 보고 뛰어가는데, 그게 안타깝기도 해요. 길을 걸어가는데 앞만 보고 갈순 없으니까. … 너무 앞만 보지 말고 앞사람의 등만 보지 말고, 뒷사람이 늦으면 좀 끌어주고,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 김세엽, 27세, 대학교 4학년 ■ 헤매도 괜찮아,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내일러들의 필수 레포츠 코스는 뭐니 뭐니 해도 패러글라이딩! 특히 단양이 패러글라이딩의 손꼽히는 명소다.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에도 사전에 많은 안전장치와 준비가 필요한 만큼,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펴기 위해 소소한 발걸음은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내일러, 이제 비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로> 기간 동안 여행은 계획한대로 실행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들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즉흥적으로 내렸다가도 다시 탑승이 허용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어쩌면, 이는 사회로의 첫 걸음을 떼는 20대 청춘에게만 허용되는 자유와도 많이 닮아있다. 2015년 여름, ‘혹시 내일로세요?’ 한 마디로 하나가 되는 20대들. 현실은 절망적이어도 가슴 한편에는 여전히 비상의 꿈을 품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비상하기 전에 안전장치도 잘 점검해야 하구요. 제 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가 잘 되어있나? 위험을 감당할 만큼 과연 그 꿈이 가치가 있나? 그런 것들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이유리, 24세, 대학교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