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찬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제각각이다. 그들에겐 눈을 뜨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그래서 한 순간도 함부로 보낼 수 없어 최선을 다해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하고 싶은 말과 남기고 싶은 추억은 많은, 사람들의 의연한 도전을 소개한다.
어느 하루의 식사가 어쩌면 마지막 만찬일지도 모르는 사람들.
2013년, 마흔 중반의 나이에 김병국(47)씨는 폐암을 선고받았다. 여느 아버지처럼 바쁜 직장 생활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가족과 소박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암은 빨리 진행되었고 온몸으로 전이가 됐다. 몸은 쇠약해지고 남기고 가야할 가족들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겨우 초등학생인 아들 김준호(13)는 아버지가 곧 회복해서 같이 놀아줄 거라고 믿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까지 입원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을 못했다.
“아직 아들은 아빠가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을 줄 알고 있는데……”
김병국씨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아이에게 힘이 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을 쓰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추억여행은 부산으로 정했다. 기차를 타고 온 가족이 큰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나 김병국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짧은 기차여행에 몸이 이겨내질 못했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처치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아들 준호는 실망이 컸다. 해변에 나가 혼자라도 놀면서 서운함을 달래려 했지만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김병국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에게 아버지의 운명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김병국씨의 선택은 ‘만찬’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근사한 만찬자리를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아이가 충격을 적게 받게 하기 위해서이다. 최대한 부드럽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과연 아이는 아버지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호스피스 병동의 잉꼬 부부
“조금 하루라도 더 살릴라고 내가 지금 노력하고 있다고, 응.”
결혼한 지 40여년, 이제 이별을 준비하는 잉꼬 부부가 있다. 세 차례나 되는 뇌종양 수술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김호심(66)씨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는 김성배씨(73). 할아버지도 혈압이 좋지 않아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지만, 할머니를 챙기느라 자신을 돌 볼 겨를도 없다
한편, 김호심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더 걱정이다. 자신이 떠나고 홀아비가 될 남편의 생활이 걱정인 것이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요리법을 전해주기로 결심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도와주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 요리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문 요리사가 도와주지만 요리법 자체는 할머니가 평소 해주던 집 밥 그대로 하기로 했다. 서툰 솜씨로 할머니의 요리를 배워가며 나누는 만찬, 그 대화의 깊은 감동을 소개한다.
뉴욕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 에이미가 차리는 죽음만찬(DOD, Death Over Dinner)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기쁘게 살고 있어요. 왜냐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니까요.”
미국의 에이미(55)는 유방암 4기 판정을 받은 암환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족들과 나눈다. 미국에는 이런 선택을 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유행이기도 하다. 이른바 ‘죽음만찬’이다. 이름은 무시무시하지만 뜻은 간결하다. 만찬을 차려놓고 죽음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완화하고 애도의 과정을 수월하게 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DOD는 사회운동가이기한 유명 요리사 마이클 헵이 2013년도에 처음 시작해, 2년이 지난 지금 세계 약 20여 개국에서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운동으로 확장되었다.
에이미는 8월초 D.O.D(Death over dinner)초대장을 발송했다. 80대의 부모님 두 분도 초대했다. 20대의 딸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의 만찬장에서는 어떤 대화들이 오고 갈까?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과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사연을 담은 SBS스페셜 <마지막 만찬>은 9월 6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