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재봉틀을 돌리는 이곳
. 화려한 서울 도심과 가까운 어느 고갯길,
단추 한 개, 바느질 한 땀에 인생을 담은 만리동 고개 사람들
재단에서 다림질까지
옷 한 벌이 뚝딱 만들어지는
만리동 고개 봉제 골목에서의 3일이다.
만리동 고개는 서울시 마포구와 중구 그리고 용산구의 갈림길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약 1500개가 넘는 봉제공장이 있다. 대부분이 가족들이 함께 운영을 하고 있는
이곳은 가내수공업 형태의 봉제 공장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가족들은 누군가는 재단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재봉틀을 돌리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일을 하고 있다.
1970년대 남대문 시장이 가까운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봉제 골목.
이곳에 봉제 공장은 간판도, 이름도 없이 다세대 주택에서 쉴 틈없이 계속 재봉틀 돌리고
다름질을 하는 만리동 고개의 사람들과 3일동안 함께 헸다.
만리동 고개의 일과는 예상할 수 없다. 그날그날 아침에 들어오는 주문에 맞춰서 제작
일정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동대문에서 주문 메시지가 휴대폰전화로
오느랴 안 오느냐에 따라 만리동 골목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봉제 공장에서는 재단을 하고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을 한다.
그렇게 봉제가 끝나면 옷감은 마무리를 담당하는 "시아게" 집으로 보내져 단추를
달고 곱게 다림질이 끝난 후 탑차를 타고 동대분 시장으로 가는 것이다.
꼬박 하루동안 만들어진 옷이 가게에 진열되어 있거나 누군가 직접 입은 모습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보람차다고 만리동 고개 사람들은 말을 한다.
이곳은 그들의 희망과 땀이 서려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 옷을 내가 만들어서 (누군가가) 입는다
그런 게 참 보람 있잖아요 내가 만든 거..
길에서 내가 만든 옷 입은 사람 보면 괜히 기분 좋거든요”
-김동현_(55세) 재단사-
올해는 유난희 이곳에 여름 휴가가 상당히 길다. 작년에 세월호게 이어서 올새는 메르스까지.
시장 경제의 침체가 이곳 만리동 고개까지 덮친 것이다.
만리동 고개에서 하청 공장을 운영하는 송지훈,박현주 부부는 올 여름 강제로 두 달간의
휴가를 보냈다. 이들 부부는 직원 한명없이 만리동 고개에자리를 잡은 것도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부부는 그 어느때보다도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쉬는게 좋았지만
하루,이틀 쉬는 날이 계속 되면서 일하는 패턴이 변하면서 몸이 차파오기 시작을 한 것이다.
길었던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을 시작 한지 이제 이틀이 되었다.
부인인 박현주 씨는 재봉틀을 돌리는 지금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을 한다.
이제 집에 가려고 지나가다 보면, 공장마다 재봉틀 소리가 들릴 거 아니에요.
우리는 일이 별로 없어서 얼마나 부러운지 몰라요.
저 소리... 아 나도 재봉틀 밟고 싶은데...”
- 박현주_(41세)-
만리동 고개에 즐비한 봉제 공장은 대부분 부부가 운영하는 영세업체이다.
그 중 다세대 주택 1층에 있는 ‘투앤투’ 공장은 만리재의 다른 봉제 공장들보다 규모가
비교적 큰 편. 이곳에는 30여 년 동안 만리동 고개에서 옷을 만들어 온
김도균, 이정현 사장 부부를 비롯해 중국에서 온 김일순 씨, DJ를 꿈꿨던 정은미 씨 등
총 5명이 이곳에서 재단을 하고 재봉틀을 돌린다.
무일푼으로 시작했던 부부의 결혼 생활. 큰 아이를 낳고 4년이 지나서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던 김도균, 이정현 부부는 만리동 고개에서 함께 희망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는 만리동 고개에서 날개를 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전에) 만들어왔던 내 인생의 옷이 몸에 딱 맞게 맞춰 입는 옷이라고 했다면
앞으로 내가 꿈꿔갈 앞날은 화려하고 내가 날개 펴고 날 수 있는...
그런 화려한 옷 만들고 싶어요”
-이정현_(49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