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꽃미남 승규 씨는 서른둘]
서울 신원시장 안에는 작은 생선가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생선가게와 비슷하게 문어, 갈치, 새우, 주꾸미, 오징어 등 싱싱한 해산물을 좌판에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생선가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곳에는 시장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생선 장수 이승규(32) 씨가 생선을 팔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생긴 외모에 능숙한 솜씨로 생선을 손질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가게 앞으로 손님들을 이끌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천생 장사꾼입니다. 곁에 있는 어머니 최정애 씨는 그런 아들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하루에 팔리는 생선만 해도 시장 내 매출 1위 가게라는 소문이 사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해수산>
서울시 관악구 신원동 1587 신원시장 A-64호
그런대 생선가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봄이면 어김없이 줄어드는 어획량 때문에 물건 조달에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타산에 맞지 않아 번번히 허탕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자는 점점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모자 사이는 부쩍 말다툼이 많아졌습니다.
승규 씨는 생선 비린내만 맡아도 구역질을 하고 생선 대가리는 둘째 치고 맨손으로 생선도 잡을 줄 모르는 “곱게 자란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승규 씨가 생선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은 홀로 생계를 책임지다 병을 얻은 어머니를 위해서입니다.
어머니는 신원시장에서 30년 동안 생선가게를 운영해왔습니다. 11년 전 남편이 신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홀로 가게를 운영해야 했습니다. 남편의 빈자리보다 그녀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아들 승규 씨의 방황이었습니다.
아픈 아버지를 밤낮으로 정성으로 보살피는 효자였던 아들, 하지만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 군 제대 후 매일 PC방에 살아 엄마 속은 썩었습니다. 생선가게 근처에도 오지 않던 승규 씨가 생선가게에 들어온 것은 어느 날 어머니가 자궁내막암에 폐암까지 진단을 받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정신을 차린 아들은 어머니가 아픈 것이 꼭 자기 탓인 것만 같아 죄스러웠습니다, 승규 씨는 집안의 가장으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결심했고 스물여섯에 생선장사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장사를 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밤 12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생선을 가져올 때면 몇십 년 경력의 베테랑들과 경쟁을 해야 했고 그때마다 지족한 텃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이겨낸 승규 씨는 시장 생선가게 중에서도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강심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몸은 피곤해도 성공을 위해서 달려가는 자신이 자랑럽습니다.
또래 중에는 생선 장수라고 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승규 씨는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습니다. 스스로 계속 발전해 그들의 선입견을 깨버리고 싶다는 승규 씨는 또래보다 빠른 성공에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하고 건강 유지를 위해 어머니와 등산도 하고 있습니다.
생선 판매 전문가로 더 큰 가게를 차리고 싶고 해외 진출을 위해서 영어와 체력 관리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젊은 나이에 일만 하는 아들을 보면 그저 안쓰럽기만 합니다. 자신의 병도 많이 좋아졌고 생선가게도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아들이 안정적인 가정을 이뤘으면 하는 것이 어머니의 소원입니다. 하지만 승규 씨는 결혼도 좋지만 아직 부자라는 꿈을 좇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틈만 나면 어떻게 더 손님을 모을까, 얼마나 더 돈을 모을까에 관심이 있어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살고 싶습니다. 쉬지 않고 달리는 열혈 청년 승규 씨의 신바람 나는 생선가게를 찾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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