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벌치기 할아버지의 산골 로맨스
충북 보은 속리산에 있는 시골마을에는 10가구가 살지 않는 마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마을 곳곳을 나니며 칼을 갈아주고 있는
추찬혁 할아버지가 칼을 가는 소리다.
할아버지의 손을 거치면 아무리 무딘 칼이나 호미라도 날카로운 날로
반짝반짝 거린다.
할아버지의 칼 가는 실력은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 더욱 놀라운 것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칼갈이는 앞을 보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일
뿐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수입원은 토종벌치기다.
40년간 토종벌을 치며 벌이 얼마나 모였나 귀를 쫑긋 세워서 알아차리는 건
추찬혁 할아버지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소나무 새순을 피해서 산길을 내려오는가 하면 쑥인지 잡초인지 손끝으로
마술처럼 알아 내는 할아버지. 과연 할아버지의 이런 신기한 일들은 어서
나오는 것일까?
할아버지가 시력을 잃은 이유는 5살때 홍역을 앎고나서부터다.
시력을 잃은 할아버지는 어린시절을 맹학교에서 보내야 했다. 너무나
답답하던 할아버지는 무조건 밖으로 나와 누군가의 도움으로 고향인
부여로 돌아오게 된 할아버지는 그때부터 고마움을 잊지 못해 칼갈이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마을에 나타나면 서로 칼을 갈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런 모습을 뒤에서 흐믓하게 바라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는 아내
이향순 할머니다.
할아버지가 어딜 가더라도 항상 아내는 할아버지의 눈이 되기 위해서 늘
함께 다니고 계신다. 식사를 할 때에는 규칙을 정해 항상 가운데는 김치를
그리고 가장자리에는 나물이나 마른반찬을 둔다.
할머니 역시 어린시절 소아마비로 인해서 왼쪽 몸이 불편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와 몸이 불현한 할머니. 이 부부는 28년간
산골마을에서 함께 살아 오고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48살에 아내와 사별을 하고 다시 만난 분이 지금의 할머니다.
조금은 늦게 만났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평생을 함께 하기도 약속을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눈을 하나 떼어주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전국에 있는 병원을 다 찾아 다녔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이런 할머니의 고마움 때문에 눈물만 흘리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금술이 좋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 딱 하루 눈이 보이는 날이 주어진다면 가장 보고 싶은 것이
바로 할머니의 얼굴이라고 한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산골마을에서 알통달콩 살아가는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를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