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병원
경증 질환이 중증 질환으로 심화되기 전, 혹은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증진, 예방, 치료 및 재활 등의 의료 서비스를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일차의료가 중요하다. 허나, 수익성을 ?아가는 대다수 의료 기관들은 수익이 적은 일차의료를 경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과 의료인들이 협력하여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예방 의료 활동과 주치의 서비스 위주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올해로 개원 15주년을 맞는 <안산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이다. * 이하 <안산 의료사협>은 건강검진센터를 필두로 ‘새안산의원’, 제2진료소인 ‘상록의원’, 한의원, 치과 그리고 방문 요양을 주 사업 내용으로 하는 재가장기요양센터, 가정방문 간호를 하는 가정간호사업소 등을 갖추고 있다. 의료와 복지가 연계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의료기관의 주인은 바로 조합원이다. 4,800여 명의 조합원이 출자한 자금으로 기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 보다는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안산 의료사협>에도 위기는 많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이들을 일으킨 것은 하나,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협동의 힘이다. 이 겨울이 춥지만은 않은 이유, 안산의 작은 동네 병원에서 들여다본다.
■ 우리동네 주치의
의사와 환자가 도란도란 사담을 나누는 병원, 병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이름부터 불러주는 병원. 조합원들이 주인이 되는 병원에서는 ‘이익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그들은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고, 의사와 환자 간에 이해관계의 개입이 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록의원’의 김철환 원장은 휴진날인 수요일, 건강강좌를 하거나 조합원들과 함께 수다 모임을 갖는다. 진료볼 때는 나눌 수 없던 이야기들까지 조합원들과 함께 나누며,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의료인들이 협동하여 나와 가족 더불어 이웃의 건강까지 지키는 병원과 주치의가 생긴 것이다. 단순히 병만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건강관리를 해주는 주치의, 동네사람들이 신뢰하고 찾아가는 동네의원을 목표로 오늘도 <안산 의료사협>의 병원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수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병원에 생긴 즐거운 변화
아플 때 찾는 병원 문턱을 넘나드는 것이 즐거울 리 만무하지만, <안산 의료사협>의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활기가 넘친다. 주말을 제외한 모든 요일, 각종 소모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포크아트에서부터 점심식사 후 가벼운 걷기 모임, 그리고 6~70대로 구성된 ‘청춘’ 댄스팀 까지! 놀랍게도 이러한 소모임은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안산 의료사협>에서는 조합원실을 이들에게 활짝 개방해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을 뿐이다. WHO는 건강이란 단순히 개개인에게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신체 활동과 더불어 사회적 활동까지 동시에, 제 몫 톡톡히 해내고 있는 ‘소모임’ 이야말로 ‘치료 보다는 예방’을 모토로 운영되는 병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방문이 꺼려지던 병원이 조합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내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즐거운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 행복한 공동체,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안산 의료사협> 건물에서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사람 사는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저녁 도시락 배달 봉사’가 있는 날이라 오후 2시부터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요리를 시작하고, 조리실은분주해 진다. 결손 가정, 장애인 가정, 독거노인에게 전달되는 도시락은 모두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봉사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음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달 갔을 때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것 또한 이들의 중요한 임무이다.
임감묵 씨는 명예퇴직을 하고 조합에서 1년 300시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운 VIP 봉사자이다. 배달 시간이 되면 그를 기다리고 있을 어르신들이 생각나 ‘도시락 배달 봉사’ 날은 약속도 잡지 않는 다는 그. 내 것을 조금 내어놓고, 주변에 베풀면 더욱 크게 돌아오는 행복.
<안산 의료사협>은 나와 가족 더불어 이웃들이 건강할 수 있는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 의료를 시장 기전에 그대로 맡겨 자유시장 원리를 적용할 경우,
의료비용은 상승하며 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의료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이 높다. 의료 분야는 사회에서 담당하는 기능으로 보아 공익성을 가져야 하는 분야이다.
시민들이야 말로 이러한 의료 분야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 줄 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