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다큐 3일에서는 서촌 판교마을로 떠나 본다. 이곳은 아직까지 회수권으로 버스를 타고
70년 된 정미소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옛날에 술을 만들던 양조장 건물이 있는 곳.
시간이 이곳에서만 느리게 흘러가고 있는 듯한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충남 서천군 판교마을을 담았다.
판교면에서도 가장 잘 나갔던 현암리 이곳은 1930년 장항선 판교역이 개통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우시장이 열리는 날과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인구 8천명이
넘었지만 지음은 2천명 정도가 살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예전에 풍경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곳이다.
2000년 12월 달력에 멈춰 있는 양조장 건물과 지금은 도토리묵 공장이 돼버린 낡은 극장 건물.
건물들은 화려했던 옛날을 추억하고 있다.
80년대 우시장이 사라지고 2008년에는 장항선 직선화 사업으로 판교역이 마을 밖으로 이전을 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린 풍경 속에서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정을 지켜가며 살고 있는
판교마을 사람들.
판교 5일장이 있는날이면 한때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발 디딜 틈도없었던 장은 이제 20명
남짓한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팔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장날이 되면 손님들로 바빴던 곳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낡은 주막 "옥산집"이다.
젊은 시절 판교로 시집와서 86세 되도옥 주막을 운영하고 있는 김막순 할머니.
메뉴판 없이 가게에서는 술 한병에 2천원 안주는 할머니 마음대로 내주고 있다.
할머니는 가게 옆에 딸린 작은 방에서 생활을 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게 문을 열어 놓는다.
손님이 없을 때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말을 건내는게 할머니의 낙이다.
사람이 그리운 할머니는 손님이 없어도 하루도 문을 닫는 날 없이 매일 가게 앞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는 사랑방이 많다, 주인 없이 문만 열려있는 상점들이 마을 곳곳에 보이고 어떤 곳은
주인대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백합 미용실을하고 있는 정애영씨는 시간만 생기면 장터에 있는 떡 방앗간으로 놀러 간다.
방앗간에는 동네 아주머니들 여럿이 모여 같이 일도 도와주고 음식도 나눠먹는다.
마을 아주머니들의 사랑방이 떡 방앗간이라고 하면 아저씨들의 사랑방은 복덕방이다.
주인도 없는 복덕방에 제집처럼 들어와 TV를 보고 커피도 끌여서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네집 내집 구분없이 함께 어울려 살라가는 판교마을 사람들. 그들의 느릿한 정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